[대선풍향계] 후보보다 더 관심? 막 오르는 '배우자 대선'
[앵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 역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 대선 풍향계에서는 '대통령의 배우자'에 대해 한 발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방현덕 기자입니다.
[기자]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이번 대통령 선거, 주요 후보의 배우자에 대한 관심이 남달리 뜨겁습니다.
마치 후보의 러닝메이트처럼, 배우자의 행동, 발언 하나하나에 큰 관심이 모이고, 대선판의 주요 변수로도 부상하고 있습니다.
'배우자 대선'이란 말이 나올 정돕니다.
후보의 배우자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후보를 선택할 때 고려할 대상이라고 답했습니다.
배우자가 호감이면 후보에게도 눈길이 한 번 더 가는 효과가 있단 얘깁니다.
반대로 배우자가 비호감이란 이유로 후보에 대한 선택이 꺼려질 수도 있습니다.
양강을 이루고 있는 두 후보의 배우자들, 호감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인 만큼 앞으로 변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아마도 두 명 중 한 명이 차기 대통령의 배우자가 될 확률이 높겠지요.
대통령의 배우자. 최고 권력자의 긴밀한 동반자이지만 선출된 것도, 임명된 것도 아닌 이중적 지위를 갖습니다.
우리 헌법과 법률엔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은 규정돼있지 않습니다.
대통령과 달리 급여도 받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대통령 배우자는 공적 인물로 여겨집니다.
국민에게 역할 모델이 되기도 하고, 외교무대에선 국가를 대표합니다.
경우에 따라선 국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 배우자들입니다.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내조'에 집중했던 배우자도 있었고,
적극적 활동으로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시대마다 요구되는 여성관의 변화를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배우자 중 한 명은 육영수 여사입니다.
몇 발자국 뒤 내조 속에서도 때론 직언을 전달했고, 소외계층을 돌보며 배우자의 강한 이미지를 상쇄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많은 사랑을 받은 이희호 여사.
영부인이자 여성운동가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폈습니다.
가정폭력방지법과 남녀차별금지법 제정, 여성부 설립과 같은 김대중 정부의 여권 신장 성과는 이 여사의 영향력이 없었으면 어려웠을 겁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배우자 이순자 여사 역시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땡전뉴스' 군사정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겹쳐 국민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를 반면교사 삼은 듯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옥숙 여사는 대외활동을 자제했습니다.
당선 전 적극적 선거운동을 벌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배우자 손명순 여사는 당선 후엔 영부인으로서 공식 역할만 수행했습니다.
이번 대선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
피아노를 전공한 뒤 유학을 준비하던 중 이 후보를 만났고,
이후 결혼해 두 아들을 낳고 가정을 책임졌습니다.
남편의 정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정책 조언도 아끼지 않는 걸로 전해졌습니다.
성남시의 '장난감 도서관'과 '군복무 청년 상해보험 제도',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김혜경 씨의 제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 만큼 대통령 배우자가 되면, 적극적인 활동이 예상됩니다.
벌써 이 후보가 가지 못하는 일정에 참석하거나, 직접 인터뷰에 나서는 등 보폭을 넓히며 상대 후보와의 대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국민의 눈과 국민의 귀에 성실하고 겸손하게 듣고 보고 하겠습니다."
야당의 견제는 넘어야 할 산입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혜경궁 김씨' 의혹을 다시 꺼내는 등 포문을 연 상황.
낙상사고 당시 루머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던 걸 보면, 유권자의 호감을 넘어 신뢰까지 얻으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단 지적도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띠동갑인 윤 후보와 2012년 결혼했습니다.
공연·전시기업을 운영해온 문화예술 사업가입니다.
윤 후보가 좌천과 발탁의 굴곡을 겪는 동안 곁을 지켰고, 정치 입문은 반대했지만, 이후엔 적지 않은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 배우자가 되면 지금처럼 조용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언론사에도 2년 반 전 검찰총장 임명식 외에는 자료 영상이 없을 정도로 잠행한 탓에, 이른바 '쥴리' 의혹뿐 아니라, 외모, 출산 여부까지 전방위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
윤 후보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고발과 함께 '여성 인권' 문제라 맞서고 있습니다.
"왜 여성들을 가지고 이 난리통 속인지 잘 이해가 안 됩니다…저희가 국모를 선거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나 등판이 미뤄질수록 관심은 되레 더 쏠릴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정치권에선 곧 자신의 강점인 문화예술 관련 활동으로 첫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각종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은 부담입니다.
대통령의 생각과 판단에 가장 쉽고 빠르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 아마 가족, 특히 배우자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배우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대통령뿐 아니라 비어있는 이 액자의 주인공이 누가될지도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지금까지 대선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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